최저 임금의 변천사

가파른 집값 상승과 최저임금의 실효성

ekflwls-news 2025. 7. 2. 16:14

 

 

‘최저임금’  만으로는 집 한 칸 구하기 어려운 시대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은 단순한 금액이 아니다. 그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지키는 마지막 울타리이며,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살 수 있는 돈’이 되려면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주거비다.

주거비는 서민과 청년, 비정규직에게 가장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지출 항목이다. 하루 세 끼를 줄여도, 옷을 몇 해를 입어도, 월세만큼은 매달 제날짜에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 고정비가 지금처럼 급등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질이 된다.

내가 서울에서 자취하던 시절, 월세 35만 원이던 원룸이 5년 사이 50만 원이 넘었다. 같은 시간대에 아르바이트 시급은 2~3천 원 정도 올랐지만, 월세 상승분을 커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아니라, 월세에 더 많이 뺏긴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이 글에서는 최저임금의 실효성이 집값 상승으로 어떻게 무너지는지, 현실 사례와 수치, 체험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주거비를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정책이 왜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사회적 대안은 무엇인지를 네가지 단락으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최저임금보다 빨리 오르는 집값

 

최저임금과 주거비의 비례관계: 수치로 드러나는 불균형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고 있다. 2015년 시급은 5,580원이었고, 2020년에는 8,590원, 2025년에는 10,000원에 도달했다. 명목상 약 8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약 30만 원대에서 50만 원대로 상승했다. 수도권 외곽이라 해도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월 40~45만 원이 기본이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월 209시간 일하면 약 209만 원(2024년 기준)의 급여를 받는다. 여기서 세금과 4대 보험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약 180만 원 수준이다. 이 중 월세가 50만 원이면 전체 수입의 약 28%를 차지한다. 교통비, 통신비, 식비까지 포함하면 남는 돈은 30~40만 원 내외. 저축은커녕 생활 자체가 빠듯하다.

문제는 이 수치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2024년 사이에 최저임금은 약 15% 상승했지만 수도권의 월세는 약 20~3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역세권·대학가·1인 가구 밀집지역에서는 월세가 훨씬 더 빨리 오른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대학생들의 경우 주거비에 가장 큰 돈을 지출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인가구 청년의 평균 주거비 지출 비율은 소득의 35%를 넘었다. 이는 OECD 기준에서 ‘주거빈곤’ 상태로 분류된다. 즉, 한국의 상당수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과 비정규직에게 더 치명적인 주거비

 

주거비 문제는 특히 청년층비정규직에게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대개 수도권에 거주하며, 취업준비나 아르바이트, 계약직 형태의 일자리에 종사한다. 고정 수입은 불안정한데 반해, 주거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대학생은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주중에는 편의점, 주말에는 음식점 알바를 병행한다. 두 알바를 합쳐도 월급은 130만~150만 원 수준인데, 월세가 55만 원에 관리비 8만 원, 총 63만 원이다. 이 친구는 남는 돈으로 식비와 교통비를 해결해야 한다. 매달 집에 손을 벌리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청년 주거지원 정책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청이 까다롭거나 물량이 부족하다. 고시원, 반지하, 원룸텔 같은 열악한 환경으로 밀려나는 청년들도 많다. 주거 환경이 나빠지면 취업과 학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소득의 정체로 이어진다. 결국 주거비 상승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계층 이동과 자립 가능성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다.

'청년주택'이란 이름으로 아파트를 짓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비정규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계약직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은 월세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월세 부담이 더 큰 구조에 놓인다. 신용도가 낮아 대출도 어렵고, 정기적인 소득증빙이 되지 않아 공공임대 대상에서도 밀려난다. 최저임금으로는 방 하나 얻기도 어려운 현실, 그것이 지금 비정규직의 주거 현실이다.

 

 

정책과 시장의 불일치: 최저임금은 오르고 집값도 오른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거 정책이 별도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시급을 조정하지만, 주거비 통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거의 없다. 민간 임대시장은 사실상 자유방임 상태이고, 공공임대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거비가 시장 논리에 따라 급등하는 동안, 최저임금은 국가가 통제하는 ‘보호 장치’로 작동한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통제를 강화하면서 다른 쪽은 방치하면, 결국 전체적인 생활여건은 나아지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봐야 주거비에 잠식되면 실질 임금 효과는 0이 된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투기 수요와 맞물려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하다. 청년, 저소득층, 외국인 노동자가 몰리는 지역은 임대료가 더 빠르게 오른다. 이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일수록 최저임금 수급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처럼 최저임금 정책은 단독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주거정책, 지역균형발전, 공공임대 확대, 생활물가 안정 등과 함께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급만 올리고 주거는 알아서 하라’는 구조는 서민에게 너무 가혹하다.

 

 

결론 및 향후 과제: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살리는 주거 대책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주거비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물가 상승보다 빠르게 집값과 월세가 오르면, 시급이 몇 백 원 오른들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청년·저소득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 단기적인 시급 인상보다, 장기적 주거안정이 삶의 질을 더 높인다. 서울시나 국토부가 운영하는 청년주택 정책도 물량을 좀더 확대하고, 접근성과 신청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몇몇 시민단체에서는 '최저임금 산정 시 ‘주거비 반영 지수’ 도입'이나 ' 지역별 임금-주거비 연동 체계 도입' 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지금의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 기업지불능력, 경제지표 위주로 결정되지만, 실제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빠져 있고 이를 반영하지 않는 한, 최저임금은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거비는 관련된 사람들이 많고 위치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워낙 달라 큰 논란을 불러올수도 있어고 실질적으로 실행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논란은 많다고 의논을 하지 않을수 없는 사항이다.

우선, 공공임대 주택 공급확대정책부터 늘리는 걸로 한걸음을 디디기 시작해야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문제는 계속해서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한다.

최저임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최소한 필요한 비용”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고정비인 ‘주거비’가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정책은 ‘임금을 올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수 있게 만들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주거비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공허한 숫자놀음에 그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