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입장에서 본 최저임금 부담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에게는 생존의 문제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 논쟁이 거셀 때 언론과 여론은 주로 근로자와 사용자단체의 줄다리기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논쟁의 가장 민감하고 현실적인 한복판에는 소상공인이 있다. 소상공인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임금 테이블과 재무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매출이 들어오면 임대료, 재료비, 공과금, 본사 수수료를 내고, 인건비를 마지막으로 지급한다. 그러니 최저임금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주체가 바로 소상공인이다.
내가 자주 가던 동네 분식집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알바 시급 오르는 거 이해해. 사람도 살아야 하니까. 근데 내 매출은 그대로인데 시급을 올리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의 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었다. 매출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오르면 자영업자는 자신의 노동이나 가족의 노동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점포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본사 공급가와 로열티, 임대료 등에서 이미 상당한 비용을 고정으로 지출한다. 이 구조 속에서 인건비 인상은 비용구조를 뒤흔드는 결정적 요소다. 그러나 사회적 담론에서 소상공인의 고충은 종종 “이기적이다”, “알바생을 착취한다”는 프레임으로 단순화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경제적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장기적인 대안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까지 4개의 큰 흐름으로 나눠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단순히 감정적 대립을 넘어서 구조적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
소상공인의 비용구조와 인건비의 비중
소상공인의 사업 모델은 매우 단순하지만, 동시에 극단적으로 고정비 비중이 크다. 예를 들어 동네 편의점, 분식집,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매출에서 본사 로열티, 공급가, 임대료를 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인건비와 본인 생활비를 충당한다.
내가 직접 들었던 편의점 사장님의 말이 기억난다. “우리 매출이 월 5,000만 원인 것 같지만, 담배, 상품 공급가, 본사 수수료 빼면 내 몫은 10%도 안 돼.” 그는 본사에 30~35%의 수수료를 내고 공급가도 본사에서 정해준다. 즉 판매가격을 스스로 조정할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500원 1,000원 오르면 알바 한명당 월급이 30~40만원 상승한다.
하지만 비용을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렵다. 자영업 시장은 극심한 경쟁 상태에 있다. 옆 골목에 비슷한 메뉴와 가격의 가게가 즐비하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을 잃는다. 그렇다고 매출이 자동으로 늘지도 않는다. 특히 경기 불황기에는 소비가 줄고, 매출이 오히려 감소할 위험이 크다.
결국 사장은 인건비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한다. 알바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가족이 무급으로 메꾼다. 야간무인점포로 전환하거나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주 14시간 이하로 쪼개서 뽑기도 한다. 법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편법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게 바로 소상공인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현장 충격과 소상공인의 목소리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소상공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장님들도 “알바생이 돈 좀 더 받아야지”라고 말한다. 문제는 인상 속도와 현실의 불균형이다. 2018~2019년의 급격한 인상 시기에는 특히 충격이 컸다.
내가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은 “그때 시급이 1,000원 넘게 오르는 바람에 알바 두 명 쓰던 거 한 명으로 줄였다”고 했다. 그는 매출이 늘지 않으니 본인이 매일 12시간 넘게 매장에 나왔다. 점주가 노동자이자 관리자이자 청소부가 됐다.
또한 자영업의 가장 큰 특징은 경영 안정성이 극도로 낮다는 점이다. 매출 변동성이 커서 특정 달에는 괜찮다가도, 비수기에는 적자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인건비는 매달 고정비용으로 나간다. 사장님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매출은 줄었는데 인건비는 고정”이라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현실의 벽이 있었다. 신청이 복잡하거나, 요건이 까다롭거나, 금액이 너무 적었다. 신청한 소상공인 중에서도 “2년 지원받고 끝인데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라며 허탈해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알바생 편만 드는 거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론 및 향후 과제: 상생을 위한 사회적 해법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부담 문제는 단순히 ‘사장이 알바생을 착취하느냐’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자영업 구조의 문제이며, 임대료, 본사 수수료, 공급가, 경기변동 등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다.
첫째,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영업 비용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임대료다. 임대료가 오르면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사라진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공실세 도입, 공공임대상가 확대 등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가맹본부와의 수익구조 재편이 시급하다. 본사 공급가, 수수료가 너무 높아 점주 이익이 극히 낮다. 본사는 가격결정권을 갖고, 위험은 점주가 지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공정거래법을 강화해 가맹점주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인건비 지원 정책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단기지원이 아니라 소상공인 부담을 지속적으로 완화할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하 자영업자의 사회보험료 지원, 세액공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
결국 최저임금 문제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립시키는 구도가 아니다. ‘함께 살자’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알바생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하고, 사장님도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 본사, 임대인, 소비자, 근로자가 모두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상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