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 평가 : 약속과 현실
한국 경제정책 역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7년 이후다. 정부는 “임금을 올려서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해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비전을 내세웠다. 이 철학은 한국 경제의 오랜 문제였던 ‘저임금 구조’와 ‘내수 부진’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
그리고 이 정책의 핵심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었다.
2018년과 2019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각각 16.4%, 10.9%라는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려 소비 여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부담스러워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가 늘고 내수가 살아나면서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그림이었다.
내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 실제로 시급이 급격히 올라서 월급이 30만~40만 원 정도 늘었다. 한 달 생활비 계산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사장님은 “이제 알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일자리를 아예 잃었다. “알바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글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한국 사회에 남긴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단순히 찬반을 떠나, 실제 경제와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4개의 큰 흐름으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기반과 최저임금 인상 목표
먼저 소득주도성장은 어떤 철학과 이론에서 출발했는지 살펴보자. 이 전략은 단순한 분배정책이 아니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해 기업의 생산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 재벌 대기업 중심 구조로 성장해왔지만, 내수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가계부채는 계속 늘고, 저임금 일자리는 많았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내수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동자에게 더 많은 소득을 직접적으로 보장하자”**는 정책을 선택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도구였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단체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인상을 관철했다. 2018년에는 시급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2019년에는 8,350원으로 올랐다. 이는 OECD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가파른 상승률이었다.
정부의 설명은 이랬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소득층 소비가 늘어 자영업 매출도 늘어난다. 기업은 내수를 보고 투자하게 된다. 경제는 선순환한다.” 노동계도 “오랫동안 눌려온 임금 불평등을 바로잡을 기회”라고 환영했다.
알바생이거나 계약직의 경우 “이제 월세 걱정 조금 덜하겠다”며 좋아했다. 정부도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바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선언했다.
정책 시행의 현실적 효과와 부작용
하지만 이 정책은 시행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거친 저항과 부작용을 낳았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집단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었다. 한국 자영업 구조는 임대료, 본사 수수료, 원재료비 등 고정비가 크고, 매출 변동성은 크다. 인건비가 단숨에 10~20% 오르면 영업이익이 그대로 깎였다.
내가 알바하던 사장님은 “월 160만 원 주던 알바한테 190만 원을 줘야 하는데 매출은 그대로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알바 시간을 줄이고 본인이 카운터에 서게 됐다. 카페, 음식점도 알바생을 줄이거나 가족 노동으로 대체했다.
또한 근로시간 쪼개기 편법이 확산됐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주 14시간 이하로 스케줄을 짰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시급은 올랐지만 한 달 수입이 줄었다. “시급 1만 원 시대”라고 홍보되었지만 정작 알바 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급격한 인상은 무인화와 자동화 투자를 가속화했다. 편의점은 심야 무인운영을 도입했고, 카페는 키오스크 주문으로 전환했다. 배달앱, 셀프계산대, 무인주문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단순노동 일자리는 줄었다. 이런 변화는 특히 경력 없는 청년층과 취약계층에게 더 큰 타격이 됐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2018년 최저임금 급등 이후 아르바이트 고용이 감소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신청이 번거롭고 1~2년의 단기지원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결론 및 향후 과제: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저임금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국가가 개입해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을 보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로 많은 알바생과 저임금 노동자는 월급이 늘어나 삶의 질이 일부 개선되었다. 그러나 정책 설계와 시행 방식에서 섬세함이 부족했다. 자영업자의 비용구조, 경기변동, 지역별 차이, 업종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의 저항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고용의 불안정화, 무인화, 편법 계약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최저임금 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 청년, 비정규직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일방적 인상보다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기반으로 속도와 수준을 정해야 한다.
둘째, 인상에 따른 부담을 사회가 나누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단기적인 지원금이 아니라 임대료 규제, 본사 수수료 개혁, 사회보험료 지원 같은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시장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알바생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근로시간 쪼개기로 편법이 만연한 현실을 개선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해 법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히 시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약속이다. 앞으로는 감정적 논쟁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현실을 솔직히 진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더 정교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성장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