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의 변천사

2010년 이후 최저 임금 인상 논란

ekflwls-news 2025. 6. 28. 22:24

 

 

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철학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이슈였다. 많은 국민이 경제성장과 양극화 심화를 동시에 경험하던 시기에,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계선을 보장하는 유일한 안전망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인상이냐 점진적 인상이냐를 두고 사회는 극심하게 갈라졌다. 정부는 저임금 해소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내세웠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내가 기억하는 2010년대 중반의 사회 분위기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히 있었지만, ‘얼마나,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서 끝없는 충돌이 일어났다. 언론과 SNS는 편의점 알바생의 현실과 자영업자의 눈물이라는 상반된 사례를 번갈아 조명했다. 나는 그때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사촌동생이 방학때 알바한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반면 동네 식당 사장님은 매출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가족끼리 일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희망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었다.

이러한 2010년대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단순히 임금을 몇 퍼센트 올릴지를 넘어, 노동의 가치와 공정성, 사회적 연대가 무엇인지 묻는 계기였다. 이 글에서는 2010년대의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추이와 논란, 정책적 배경, 사회적 갈등, 그리고 그 의미와 교훈을 네 개의 큰 흐름으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

 

2010~2017년: 완만한 인상과 누적된 불만

201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최저임금 인상은 지금 보면 매우 점진적인 수준이었다. 2010년에는 시간당 4,110원이었고, 2011년 4,320원,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으로 매년 4~6% 정도씩 올랐다.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2016년 6,030원, 2017년에는 6,470원까지 인상되었다. 겉으로는 꾸준히 오르는 것 같지만, 이 시기의 물가상승률, 주거비 폭등, 교육비 부담을 고려하면 체감 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10년대 초중반에도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면 뭐하냐, 월세가 더 오른다”며 냉소적이었다. 편의점과 카페, 음식점, 주유소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사실상 최저임금이 곧 시급의 표준이었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 급여는 훨씬 빠르게 상승했고, 임금 격차는 더욱 커졌다.

정부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파견·용역·사내하청 같은 고용 형태가 만연했다. 많은 사업장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주휴수당을 빼거나 4대 보험을 기피했다. 노동부가 단속을 강화했지만, 영세사업장까지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매번 “기업 부담”과 “노동자 생계”라는 두 가치가 충돌했다. 사용자는 ‘문 닫게 생겼다’고 반발했고, 노동자는 ‘이걸로는 못 산다’고 절규했다.

 

 

2018~2019년 급격 인상과 사회적 갈등 폭발

2017년 대선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면서, 최저임금 정책은 전례 없는 속도로 전환됐다. 2018년에는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인상되었고, 2019년에는 8,350원으로 무려 10.9% 추가 인상됐다. 2년간 29% 넘게 인상된 것이다.

정부는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내수를 살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더 많은 소득을 주면 소비가 늘고, 내수가 활력을 되찾아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나 역시 이때 경력단절 주부에서 알바를 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었다. 반면, 동네 자영업자는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건비가 확 뛰었다며 알바 시간을 줄이고 가족이 밤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많이 생긴 체인점 가게들의 본사와의 수익배분 문제도 함께 터져 나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알바 인건비를 줄여야 하고, 결국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으로 지원을 시도했지만, 복잡한 요건과 한정된 금액으로는 모든 부담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시기 사회적 갈등은 극단적으로 분화되었다. 알바생의 권리와 자영업자의 생존권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충돌했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는 끝없는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1만원 공약’은 2020년까지 달성되지 못했지만, 이 급격한 인상은 한국 사회가 저임금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게 만든 전환점이었다. 동시에 정부가 인상 속도와 부작용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는 한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20년대 까지 이어진 여진과 교훈

급격한 인상 이후의 여파는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2.9% 인상되었는데, 이는 급격인상의 후유증을 고려해 사실상 동결 수준이었다.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1%↑),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상승했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로 급격 인상을 자제했다.

나도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에게  2018~2019년의 급격한 인상기에 직원 수를 줄이고 가족이 직접 밤샘으로 일했던 경험이 너무 힘들어서, 이후에는 알바생을 뽑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했다. 반면 알바생 친구는 당시에는 시급이 올라서 좋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일자리가 사라져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2025년 드디어 만원이 넘게 되어 10,030원(1.4%↑) 이 되었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임금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지만, 인상 속도와 방식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보조금으로 충격을 완화하려 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또한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생활임금 도입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었지만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결국 2010년대의 이후의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한국 사회가 ‘빈곤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공정하게 비용을 나눌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었다. 단순히 돈을 더 주자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공정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앞으로도 최저임금 논의는 인상률을 넘어서 현실 적용, 근로조건, 사회적 대타협을 포함해 더 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런 교훈은 앞으로의 정책 설계에서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