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의 변천사

서비스업 & 제조업 최저임금 - 겉과 속이 다른 현실

ekflwls-news 2025. 6. 29. 23:53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제도는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법적 하한선을 보장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과 제조업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동일한 법적 기준이 얼마나 다르게 체감되고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서비스업의 경우 매년 최저임금 인상 뉴스를 보고 “이제 좀 살 만해지나” 기대하다가도, 실제로는 근무시간 쪼개기, 주휴수당 미지급, 심지어 근로계약서조차 없는 현실에 좌절하곤 했다.

반면 내가 아는 제조업 현장의 지인은 “우린 최저임금 오르면 전체 임금이 올라서 좋긴 한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체감은 별로”라고 말했다.

두 산업 모두 법적으로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만, 산업 구조와 고용 형태, 사업장 규모, 노동조건이 전혀 달라서 효과도 다르고 문제도 다르다. 서비스업에서는 특히 소규모 자영업장이 많아 인건비 인상 부담이 즉각적이고, 편법이나 탈법이 만연해 실질 수령액이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흔하다.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이 많고 노무관리나 감독이 체계적이어서 법을 지키는 편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생산원가 압박이 문제로 꼽힌다.

이 글에서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최저임금 현실을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고, 산업별 특징, 노동자들의 체험적 목소리, 사용자 입장, 그리고 이런 격차가 남긴 사회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네 개의 흐름으로 나눠서 살펴보고자 한다.

 

 

제조업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계산하기는 힘들다

서비스업의 최저임금 현실: 편의점·카페·음식점의 생존기

서비스업에서 최저임금은 ‘실제 임금’이자 거의 유일한 기준이다. 내가 대학생 때 분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시급이 정확히 법정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었고, 주휴수당 이야기는 꺼낼수도 없었다.

지금도 영세한 업장의 경우 “그거 주면 알바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편의점, 카페, 음식점, 소형 상점 같은 소규모 자영업장은 인건비를 법정 기준으로 맞추기 위해 최소인력으로 운영한다.

또 서비스업의 고용관계는 굉장히 비공식적이다.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일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주휴수당, 야간수당, 휴게시간 보장 등이 무시된다. 알바생들은 “주휴수당 달라고 하면 잘린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조건을 받아들인다. 특히 단시간, 단발성 근로가 많아 노동법 보호가 약하고, 사용자도 수익이 적어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서비스업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매출이 급감하면서 알바를 줄이거나 가족이 직접 일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단정되지 않는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최소 생계선이 오르는 것이 절실하지만, 영세사업자는 “이대로면 장사 접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서비스업의 최저임금 현실은 결국 사회가 저임금 문제와 자영업 생태계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조업의 최저임금 현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

제조업의 최저임금 적용 현실은 서비스업과 다르다. 내가 공장에서 일했던 지인은 “최저임금 오르면 기본급이 오르긴 하는데, 회사가 상여금이나 수당을 줄여서 체감은 크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 제조업체는 통상임금 개념이 잘 정리되어 있어 최저임금 인상분이 전체 급여구조를 건드린다. 기본급이 오르면 상여금, 야간수당, 휴일수당이 모두 연동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은 노조가 강해서 최저임금이 곧바로 생활수준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임금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하청, 사내협력업체, 파견직 등은 최저임금이 실질 임금의 마지노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사업장은 원청의 단가 압박을 받으면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교대제 축소, 잔업 축소, 비정규직 전환 등으로 대응한다.

또 제조업 특유의 문제로는 ‘숙련공과 비숙련공의 임금 역전’ 현상이 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비숙련 신규 인력이 숙련공 임금에 거의 근접하게 되어 숙련도의 가치를 반영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숙련 기술자가 열심히 배워서 받는 돈이나 막 들어온 사람 돈이 별 차이 없으면 누가 남겠나”라고 한탄했다. 제조업의 최저임금 현실은 산업 경쟁력, 원가 구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까지 함께 얽혀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격차가 남긴 과제와 해법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최저임금 현실을 살펴보면, 한국 사회가 ‘같은 법정 최저임금’으로 매우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한계를 명확히 볼 수 있다. 서비스업은 자영업 비중이 높고 매출 변동성이 크며, 고용관계가 비공식적이어서 최저임금 인상이 법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크다. 반면,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노무관리가 체계적이지만, 하청·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와 숙련도 보상 문제를 드러낸다.

정부는 이를 단순히 “최저임금을 올릴지 말지” 문제로 다루기보다, 산업별 맞춤형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주휴수당 지급 현실화, 표준 근로계약서 확산, 근로감독 강화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 지원, 사회보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조업에서는 비정규직의 상시화 문제를 해결하고, 숙련도를 반영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원청-하청 구조에서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가 하청의 저임금 고착을 낳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들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결국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최저임금 현실은 ‘법으로 동일하게 보장한다’는 단일한 원칙의 필요성과 ‘현실의 차이를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동시에 던진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산업별 특성을 이해하고, 구체적이고 맞춤형 대안을 만들어가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